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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검진 채변 꼭 제출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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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검진의 작은 골칫거리, 채변 꼭 해야 할까?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건강검진 시즌. 여러 검사가 있지만 유독 번거롭고 민망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채변'이다. 작은 통을 받아 들면 "이걸 꼭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필자 역시 작년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기에 올해 건강검진에서는 채변을 건너뛰었다. 검진 접수 시 조심스럽게 "채변을 못 챙겨왔는데, 괜찮을까요?"라고 물으니, 직원은 "분변잠혈검사는 대변의 출혈 여부만 보는 것이라, 제출하지 않으면 해당 결과만 나오지 않을 뿐 다른 불이익은 없다"고 안내했다. 작년에 '확실한' 검사를 했다는 생각과 번거로움이 겹쳐 망설임 없이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정말 괜찮은 걸까?' 하는 찜찜함이 남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검진 채변 검사의 진짜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채변 검사, 정확히 무엇을 확인하는 걸까?

우리가 제출하는 대변 샘플은 '분변잠혈검사(Fecal Occult Blood Test)'에 사용된다. 이름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소량의 혈액(잠혈, 潛血)이 대변에 섞여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이 검사의 주된 목적은 대장암의 조기 발견이다. 대장암이나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용종(폴립)이 대장 내에 있으면, 대변이 장을 통과하면서 미세한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분변잠혈검사는 바로 이 흔적을 찾아내는 일종의 '선별검사' 역할을 한다.

물론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해서 모두 대장암인 것은 아니다. 치질이나 위장관의 다른 염증 및 궤양으로도 잠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양성 판정 시 대장내시경과 같은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검사라 할 수 있다.

작년에 대장내시경 했는데?" 그래도 해야 할까?

필자처럼 최근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사람이라면 채변 검사가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대장내시경은 대장 전체를 직접 관찰하여 용종이나 암을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확진 검사'다. 따라서 대장내시경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면, 다음 1~2년 내에 심각한 대장암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

이러한 경우 채변 검사를 건너뛰는 것이 의학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판단일 뿐, 국가의 건강검진 권고안과는 차이가 있다. 국가암검진에서는 만 50세 이상 성인에게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 대장내시경은 5~10년 주기로 권장되는 반면, 분변잠혈검사는 매년 시행하여 검사 주기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채변 안 하면 불이익은? '결과'가 없을 뿐

건강검진 접수 직원의 안내처럼, 채변을 제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건강검진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검진 결과표에 '분변잠혈검사' 항목이 '미실시' 또는 '결과 없음'으로 표기될 뿐이다.

하지만 진짜 불이익은 서류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대장암 조기 발견의 중요한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것이 가장 큰 불이익이다. 저렴하고 간편한 방법으로 심각한 질병의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포기하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채변 검사는 조금 번거로울지라도 나의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 생각하는 것이 좋다. 특히 최근 2~3년 내 대장내시경 경험이 없다면 반드시 챙겨서 제출하는 것을 권장한다. 건강은 사소한 습관과 실천에서부터 지켜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